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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탈리아에서 여행중이던 아침,
샤워하고 식사를 하는데 대화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저기...무슨일 있었어요?"
"너 어디 가 있었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하셨데."
 
그 순간 뭔가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았다.
싫어했다기 보다는...점점 무심해 졌달까.
내가 정치인을 좋아했던 적이 없었긴 했지만.
당시의 나는 '주변인을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라고 생각했기에 그가 탄핵을 당하는 것도
여러 파문이 생기는 것도 자신이 감당해야하 일이라 생각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매일 읽던 신문도
어느순간부터 정치면은 외면했었다.
하도 답답해서.
그냥, 우리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사람들이 다 답답해서.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세상이 생각보다 무섭고 만만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더 많은 것들이 뒤에 숨어있고
더 많은 생각과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다는 거...
흐름이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거.
게다가, 21세기이지만 한국의 정치는 여전히 멈춰있다는 거.
이명박의 대통령으로서의 행동을 다 떠나서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더 핵심적인 곳에서
뭔가가 꼬여있다는 것.
 
가장 무서운 건, 그걸 알고 있고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숨기고, 알리지 않고 세상을 움직여가고 있다는 거...
 
노무현 대통령은 그 속에서 뭔가를 바꿔보려 했던 것일까.
당선된 순간부터 알고 있지 않았을까.
영광보다는 힘든 길일 것이라고.
스스로 택한 가시밭길이라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관해서도 음모론이 많이 돌고 있다.
그냥 첫 날 들은대로 '헉, 자살하셨다니...이럴 수가..'
했던 생각이 '어...뭔가...다른 게 숨어있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 만으로 또 답답해졌다.
나로서는, 뭐가 진실인진 정말 모르고, 모를테니까.
게다가, 지금의 정부와 언론이 진실을 밝혀내줄까?
신뢰감이란 전혀 없다.
 
대한민국의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는 것이 참 슬프다.
 
한 시기 우리나라의 지도자이셨던 분이,
이런식으로 가셔야한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아프다.
영결식 뉴스를 멍하니 보면서 이래저래 감정이 얽혀서
예상치도 못하던 눈물이 났다. 나고 있다.
어떻게 되가는 걸까 이 나라는...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정말 크게 느낀 건...
세계 속에서 한국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나라라는 거다.
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선 아시아엔 인도, 일본, 중국밖에 없다.
 
억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정말로 어떤 나라냐ㅡ의 문제를 떠나,
무엇보다 한국인 당사자들의 마음 속에서 열등감이 존재하고 있다.
자랑할만한 나라가 아닌 나라.
다른 사람들이 몰라주는 나라 북핵으로 기억되는 나라.
거기다 이제는 '전 대통령이 자살한 나라'가 되었다.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관심은 점점 나라를 떠나고 있다.
젊을 수록 더해진다고 생각한다.
나도 지금은 욱하는 감정에 되는대로 적어가고 있지만
조금 지나면 또 당장의 일들에 매달리고 있겠지.
정치에서 눈을 돌리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차피 없고ㅡ로 시작하는 변명을 하겠지.
그러면서 비판적인 척 하고 있겠지. 움직이진 않으면서.
 
단순하게 세뇌교육을 받아서 매일 아침 "국기에 대한 경례"
를 하고 있을 초등학생들이 어디서 뭘 보고 들었는지는 몰라도
국가와 사회를 비판하고, "이 나라를 떠나야해"라고
시니컬하게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마음이 씁쓸하다.
 
미래란, 그냥 흘러가는대로 되는건 줄알았는데.
역사는 점점 나아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고,
'다행히도' 그 다수가 '나아지는 방향으로'생각했기에
이렇게 변해온 것이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대운하 사업이 4대강이라 이름만 바꿔 착수했다 들었다.
파괴된 자연은 다시 예전처럼 돌아올 수 없겠지.
경제적 효과...라.
한국에서 산업화가 진행되었을때의 파괴와 오염도 엄청났는데
굳이 그 길을 택했어야 했던건지 묻고 싶지만.
경찰의 명령으로 조폭이 동원되서 사람들도 죽었다고 들었다.
이제는 바로 전 시대의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위했던 사람들이 하늘에서 기뻐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데...
뭔가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한국사람들의 마음에 가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내 마음엔 납덩이가 들러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by 아이티초 | 2009/05/29 18:14 | 잡설|眞·人生無雙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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